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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자로 변장한 회장, 그의 며느리를 시험하다

    태그 (12개)

    #실화기반, #인생역전, #가족갈등, #시어머니며느리, #부자이야기, #인성테스트, #상속분쟁, #진정한부, #가족애, #감동실화, #재벌가이야기, #판단착오

    디스크립션 (250자 내외)

    "재산은 있어도 진정한 가족의 사랑이 부족했던 성공한 회장 이대성. 그는 몰래 노숙자로 변장하여 며느리 송미라의 진심을 시험하고자 한다. 아내 없이 아들을 키워내고, 세계적 기업을 일구며 인생의 정점에 선 그가 결혼한 지 1년 된 며느리에게 던진 마지막 시험. 과연 미라는 노숙자의 모습으로 나타난 시아버지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 선택이 가져올 놀라운 결말."

    후킹 멘트 (250자 내외)

    "내 앞에 나타난 노숙자는 웬일인지 낯이 익었다. 발에서 코까지 냄새가 나는 노숙자의 손을 잡아 우리 집 소파에 앉혔을 때, 나는 몰랐다. 그가 내 시아버지, 100억대 기업 명성그룹 이대성 회장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 순간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는 걸. 시아버지는 왜 노숙자로 변장해 나를 시험했을까? 그가 숨겨온 가슴 아픈 비밀과 마지막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가난했던 내가 재벌가의 상속녀가 되기까지의 놀라운 실화."

    1: 회장의 결심

    저는 그날의 일을 나중에 시아버지에게서 직접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한 그 운명의 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대성 회장님, CT와 MRI 결과가 나왔습니다."

    강남 세브란스병원 VIP 진료실. 정교한 원목 가구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특실에서 김재훈 교수는 태블릿을 들고 무거운 표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시아버지 이대성 회장은 등받이를 꼿꼿이 세운 채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말씀하시죠."

    "췌장암입니다. 이미 주변 림프절로 전이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시아버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셨다고 합니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었습니다. 30년 넘게 기업을 이끌며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온 그였기에, 죽음의 선고 앞에서도 동요하지 않았던 겁니다.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됩니까?"

    "적극적인 치료를 하더라도... 6개월에서 길어야 1년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시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겠습니다. 치료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회장님, 항암치료와 방사선 요법을 병행하면--"

    "의미 없는 시간 연장은 필요 없습니다.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쓰고 싶군요."

    그날 오후, 명성그룹 본사 최상층 회장실로 돌아온 시아버지는 30년 지기 비서인 김민석 실장을 불렀습니다.

    "민석씨, 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네."

    김 실장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회장님..."

    "수많은 성공을 이뤘지만, 한 가지 실패한 것이 있다네. 바로 가족이야."

    시아버지의 시선이 책상 위 사진으로 향했습니다. 아내를 일찍 여읜 그는 외아들인 준호를 홀로 키웠습니다. 하지만 바쁜 일정과 회사 일에 치여 아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고, 준호는 어릴 때부터 돈과 물질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준호가 작년에 결혼한 며느리, 미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 실장은 잠시 망설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드님께서 결혼 전에도 다른 여성들과 그렇게 진지하지 않으셨는데, 갑자기 결혼을 서두르셔서..."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단정 지을 순 없지만, 회장님의 재산이 목적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시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창밖으로 서울 도심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네. 내 며느리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확인하실 생각이십니까?"

    시아버지의 눈빛이 변했습니다. 제가 나중에 듣기로는, 그때 그의 눈에서 오랜만에 생기가 돌았다고 합니다.

    "직접 시험해보겠네. 노숙자로 변장해서."

    김 실장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준호는 싱가포르 지사에 출장을 가 있지? 그 사이에 진행하겠네. 자네는 특수분장 전문가를 불러오게. 그리고 내게 필요한 건 며느리가 내 정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녀의 진짜 모습을 보는 거야."

    "하지만 회장님,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

    "내 인생 마지막 과제라네. 내 재산을 물려줄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시아버지는 자신의 마지막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아무것도 모른 채,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지요. 그가 노숙자의 모습으로 우리 집 앞에 나타날 때까지는요.

    2: 며느리의 일상

    그날은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시아버지가 좋아하시는 홍삼차를 준비했죠. 물론 그때는 시아버지가 병원에 계신 줄로만 알았습니다. "검진 차 병원에 며칠 머무르신다"는 말씀만 남기고 가셨거든요.

    명성그룹 회장 자택은 평창동에 위치한 대저택이었습니다. 결혼 전 원룸에 살던 제게는 매일이 꿈같았어요. 하지만 집이 크다는 건 그만큼 할 일도 많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김 여사님, 오늘 정원 장미들도 좀 봐주세요. 시아버님이 돌아오시면 예쁘게 피어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희 집의 가사도우미 김 여사는 제게 항상 친절했습니다. 그녀는 20년 넘게 이 집에서 일해왔고, 시아버지의 신뢰도 두터웠죠.

    "아가씨는 정말 다르네요. 이 집에 새 생기가 돌게 하셨어요."

    제가 이 집에 온 지 1년. 처음엔 모든 게 어색했지만, 차츰 적응해갔습니다. 비록 시아버지는 무뚝뚝하시고 표현이 서툴렀지만, 저를 나쁘게 대하진 않으셨어요.

    오후가 되자 남편 준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 오늘도 못 들어갈 것 같아. 싱가포르 지사 일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준호의 목소리에서 피곤함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뭔가... 거짓말 같은 뉘앙스도 있었죠.

    "알았어요. 몸 건강히 다녀와요."

    전화를 끊고 창밖을 바라봤습니다. 사실 저는 알고 있었어요. 남편이 싱가포르에서 현지 여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결혼 전부터 준호의 바람기는 유명했지만, 저는 그가 변할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죠.

    식탁에 혼자 앉아 저녁을 먹으며 생각했습니다. '과연 이런 결혼생활이 내가 원하던 것일까?'

    저는 부잣집 딸이 아니었습니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하던 카페에서 준호를 만났고, 그의 적극적인 구애에 결혼까지 이르렀죠. 물론 주변에서는 '재벌가 며느리'라며 부러워했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화려한 집안에서의 외로움은 생각보다 컸으니까요.

    "미라 님, 내일 오전에 명성재단 자선행사가 있으신 거 잊지 않으셨죠?" 집안 비서인 정 실장이 일정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네, 준비하고 있어요. 고아원 아이들 위한 행사죠?"

    정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회장님께서 직접 지시하신 일입니다. 빠지시면 안 됩니다."

    저는 침실로 올라가 드레스를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명성그룹 회장 며느리로서의 책임감은 느꼈지만, 한편으론 이 모든 행사가 그저 재벌가의 이미지 관리용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를 돌아봤습니다. 비어있는 침대의 반쪽을 바라보며, 이 결혼을 통해 제가 얻은 것과 잃은 것들을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서적으로는 더 가난해진 것 같았어요.

    창밖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저는 내일도 똑같은 하루가 반복될 것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운명은 때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내일 아침, 우리 집 현관 앞에서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한 사람이 나타날 거라는 것을요.

    3: 낯선 노숙자의 등장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자선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현관 초인종이 울리더니 가사도우미 김 여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아가씨! 큰일 났어요! 정문 앞에 노숙자가 쓰러져 있어요!"

    서둘러 현관으로 나갔습니다. 정말로 우리 집 대문 앞 계단에 한 노숙자가 쓰러져 있었어요. 지저분한 옷차림에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지독한 냄새...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그 사람의 얼굴이 어딘가 낯익었거든요.

    "어머나, 괜찮으세요?"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노숙자는 희미하게 눈을 떴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깊고 슬픈 눈빛을 마주했습니다. 뭔가... 시아버지와 닮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 그냥 제 착각이었을 겁니다.

    "물... 물 좀..." 노숙자가 가냘픈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김 여사님, 물 좀 가져다주세요! 빨리요!"

    김 여사는 얼굴을 찌푸리며 망설였습니다. "아가씨, 이런 사람은 그냥 경비에게 말해서 내보내는 게..."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빨리요!"

    김 여사가 물을 가져오는 동안, 저는 노숙자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분명 매우 쇠약해 보였지만, 그의 손은 생각보다 깨끗했어요. 특히 손톱이... 관리가 되어 있었거든요. 순간 의심이 들었지만,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서 그런 생각은 접어두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밖은 추워요."

    경비원과 집사가 놀란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습니다. "부인, 이러시면 안 됩니다. 회장님이 아시면..."

    "회장님도 이런 상황에선 같은 결정을 내리실 거예요. 사람이 먼저입니다."

    저는 노숙자의 팔을 부축해 집 안으로 들였습니다. 냄새가 심해 숨이 막힐 정도였지만, 참았어요. 거실 소파보다는 손님용 작은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 저는 덕배라고 합니다. 사흘 동안 굶었어요..."

    김 여사에게 부탁해 간단한 죽과 반찬을 준비했습니다. 덕배 씨는 마치 몇 년 만에 음식을 먹는 사람처럼 허겁지겁 식사를 했어요. 그 모습이 안쓰러워 저는 옆에서 물수건으로 그의 이마와 목덜미를 닦아주었습니다.

    "왜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시나요? 보통은 다들 저를 쫓아내는데..."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릴 때 우리 어머니가 항상 말씀하셨어요. '네가 베푼 친절은 언젠가 돌아온다'고요. 어머니는 가난하셨지만 마음만은 부자셨거든요."

    덕배 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식사 후, 저는 그에게 씻을 수 있는 장소와 깨끗한 옷을 제공했습니다. 하인들은 계속해서 불만을 표했지만, 저는 단호했습니다.

    "하룻밤만 머물다 가실 거예요. 이런 상황에 도움을 주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에요."

    덕배 씨가 샤워를 하는 동안, 정 실장이 다가와 조용히 말했습니다.

    "부인, 이런 행동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가 도둑이면 어쩌시려고..."

    "걱정 마세요. 제 직감은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날 밤, 자선행사에 참석하기 전 손님방을 들여다봤습니다. 덕배 씨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어요. 그의 얼굴은 깨끗이 씻긴 후에도 지친 모습이었지만, 왠지 품위가 느껴졌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렇게 됐을까?'

    문을 닫으며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죠. 이 낯선 노숙자가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거라는 것을.

    4: 마음의 벽 허물기

    이틀이 지났습니다. 처음 계획은 덕배 씨를 하룻밤만 재우는 것이었는데, 어느새 그는 저희 집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놀랍게도 그는 정원일을 돕겠다고 나섰고, 그의 손길이 닿은
    화단은 더욱 아름답게 변했습니다.

    "덕배 씨, 정말 정원 관리 전문가셨나요?" 화단에 무릎을 꿇고 장미를 가꾸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어요. "전에... 좋은 집에서 일한 적이 있었죠."

    "어쩌다 길거리에서 지내게 되셨어요?"

    덕배 씨는 장미 가시에 찔린 손가락을 빨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인생이란... 참 예측할 수 없는 법이죠."

    그날 오후, 저는 덕배 씨와 정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봄 햇살이 따스했고, 새들이 지저귀었죠. 그는 점점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작은 가구 회사를 운영했었어요. 사업이 잘 되어서 지점도 내고, 직원도 백 명 넘게 고용했었죠. 행복한 가정도 있었고요."

    "그런데 어떻게 된 거예요?"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그 후 외아들에게 모든 정성을 쏟았지만... 제가 사업에 몰두하는 사이, 아들은 점점 멀어졌어요. 나중엔 회사 자금을 횡령해 도박으로 날려버렸죠."

    덕배 씨의 눈에 슬픔이 깃들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그의 손을 잡아 위로했어요.

    "그래서 모든 것을 잃으셨군요..."

    "네, 회사는 파산했고, 집도 잃었습니다. 가장 아픈 건... 아들이 저를 버렸다는 거예요. 돈이 없어지자 연락을 끊어버렸거든요."

    그의 이야기가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문득 제 상황과 묘하게 겹쳐 보였어요.

    "사실... 저도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진 않아요." 제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남편은 늘 바쁘다며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아요. 그리고 사실...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덕배 씨의 표정이 변했습니다. 분노? 아니면 놀라움? 그의 눈빛은 복잡했어요.

    "왜 참고 계시나요? 이런 호화로운 집에 살고 있는데..." 그가 조용히 물었습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처음엔 정말 사랑했어요. 남편이 변할 거라고 믿었고요. 하지만 이제는... 제가 여기 있는 이유가 단지 '회장 며느리'라는 타이틀 때문인 것 같아요."

    덕배 씨는 잠시 말없이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눈에 이해와 연민이 깃들었어요.

    "미라 씨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에요. 돈보다 마음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드물어요, 특히 이런 세상에선."

    그의 말에 눈물이 났습니다. 오랜만에 누군가가 진심으로 저를 '봐준' 것 같았거든요.

    "덕배 씨... 이상한 말씀 같겠지만, 가끔 시아버지가 생각나요. 무뚝뚝하시지만 눈빛이 따뜻하시거든요. 덕배 씨와 닮았어요."

    덕배 씨가 갑자기 기침을 했습니다. 당황한 듯했어요.

    "그... 그렇군요. 영광입니다."

    그날 저녁, 저는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낯선 노숙자에게 제 진심을 털어놓은 후, 마음의 짐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었거든요.

    다음 날 아침, 덕배 씨는 정원에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며 물었어요.

    "여기서 뭘 심고 계세요?"

    "인생의 교훈이죠." 그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씨앗은 작아도, 올바른 땅에 심고 정성껏 가꾸면 놀라운 결실을 맺게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순간, 덕배 씨의 말이 단순한 텃밭 이야기가 아니란 걸 직감했습니다. 마치... 무언가 더 깊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듯했어요.

    5: 진실의 순간

    덕배 씨가 우리 집에 온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는 이제 정원사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었고, 저와는 매일 오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어요. 그날도 평소처럼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미라 씨, 이 장미는 특별해요. 가시가 많아 키우기 어렵지만, 제대로 피면 그 향기가 가장 진하답니다."

    덕배 씨의 장미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현관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뭐야, 이게 다 뭐야? 집에 노숙자를 들였다고?"

    남편 준호의 목소리였습니다. 싱가포르 출장에서 예정보다 일찍 돌아온 것이었죠.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어요.

    "여보, 잠깐만 내 설명을..." 제가 다가가려 했지만, 준호는 이미 정원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당신 미쳤어? 길바닥의 더러운 노숙자를 우리 집에 들이다니! 이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알아?"

    덕배 씨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준호는 그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어요.

    "당장 나가! 이 더러운 늙은이, 우리 집에서 당장 사라져!"

    "준호 씨!" 제가 남편 앞을 막아섰습니다. "이분은 우리 집 정원을 가꿔주시는 고마운 분이에요. 이렇게 대하면 안 돼요."

    "비켜! 이런 쓰레기 같은 노숙자를 왜 보호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야?"

    순간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당신 아버지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셨을 것 같아요? 어려운 사람을 그냥 내쫓나요?"

    준호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습니다. "감히 내 아버지를 끌어들여? 아버지는 명성그룹 회장이야! 이런 더러운 놈과는 비교도 안 돼!"

    그때 덕배 씨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의 눈빛에서 뭔가 달라진 것을 느꼈어요. 당당함, 위엄, 그리고... 슬픔이 깃든 눈빛이었습니다.

    "준호야."

    한 마디였습니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분명 덕배 씨의 것이 아니었어요. 너무나 익숙한, 바로 시아버지의 목소리였습니다.

    준호도 그 목소리에 흠칫 놀랐습니다. "뭐... 뭐라고 했어?"

    "네가 이렇게 자랐구나. 돈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눈이 되었구나."

    덕배 씨... 아니, 시아버지는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그 순간 저는 모든 것을 깨달았어요. 그 익숙한 눈빛, 손짓, 말투... 처음부터 덕배 씨는 변장한 시아버지였던 것입니다.

    "아... 아버지?" 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시아버지는 슬픈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래, 나다. 네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제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시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병원 검진', 덕배 씨의 익숙한 눈빛, 손질된 손톱, 정원에 대한 해박한 지식까지... 모든 것이 설명되었어요.

    "시아버님..." 제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왜... 왜 이런 시험을 하신 거예요?"

    시아버지는 천천히 저에게 다가와 제 손을 잡았습니다. "미라야, 용서해주렴. 내 인생에서 많은 실수를 했고, 아들을 이렇게 키운 것도 내 잘못이야. 하지만 이번만큼은... 확실히 알고 싶었단다. 네가 정말로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맞는지."

    준호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서 있었습니다. "아버지, 이게 다 무슨..."

    "조용히 해라!" 시아버지의 목소리가 단호해졌습니다. "네 아내는 노숙자를 대하듯 나를 대했다. 따뜻하게, 인간적으로. 하지만 너는... 내가 노숙자였을 때 어떻게 대했지? 네 진짜 모습을 보여줬구나."

    그 순간, 저는 시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강인한 회장님의 눈물을...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음을 느꼈습니다.

    6: 위기와 결단

    진실이 밝혀진 그날 밤, 집안의 분위기는 무거웠습니다. 준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다가 결국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갔고, 시아버지는 다시 '덕배'의 모습으로 돌아가 손님방에 머물렀습니다. 저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채 밤을 보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커피를 마시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가씨! 큰일 났어요!" 김 여사가 다급하게 달려왔습니다. "덕배... 아니, 회장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저는 놀라 즉시 손님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시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배를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시아버님! 괜찮으세요? 빨리 119 불러요!"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시아버지의 머리를 무릎에 베고 손을 잡아드렸습니다. 그의 손은 차갑고 땀에 젖어 있었어요.

    "미라야... 괜찮다. 잠시... 숨이 가빠서..." 그는 말하려 했지만, 통증에 신음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자 의사들이 재빨리 시아버지를 응급실로 데려갔습니다. 한참 후 주치의가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회장님은 말기 췌장암 환자십니다. 이미 진단받으셨을 텐데요."

    그 말에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뭐라고요?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현재 상태가 매우 위급합니다. 즉시 수술이 필요하지만, 회장님께서 이전에 치료를 거부하셨기 때문에 동의서가 필요합니다."

    의사는 수술 동의서와 함께 예상 비용 명세서를 건넸습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었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준호였습니다. 그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어요.

    "준호 씨가 오셔서 서명하셔야 합니다. 법적 가족이..."

    "제가 하겠습니다." 제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시간이 없잖아요!"

    "죄송합니다만, 법적으로..."

    그때 시아버지의 비서 김민석 실장이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미라 님, 회장님께서 어떻게..." 그는 상황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회장님께서 암 투병 중이신 것은 저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급격히 악화될 줄은..."

    "김 실장님, 준호가 전화를 받지 않아요. 수술 동의가 필요한데..."

    비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회장님께서 미리 만들어둔 서류가 있습니다. 의료 결정에 관한 위임장입니다."

    하지만 서류를 확인해보니 위임장은 준호에게만 권한을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의사는 수술이 지연될수록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어떡하죠..." 제가 절망적으로 중얼거렸을 때, 간호사가 다가왔습니다.

    "회장님께서 깨어나셔서 부인을 찾으십니다."

    시아버지는 산소 마스크를 쓴 채 희미하게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미라야... 걱정 마라. 내 시간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아니에요, 시아버님. 수술하시면 괜찮아지실 거예요. 준호가 곧 올 거예요."

    그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습니다. "준호는...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아..."

    그때 제 마음속에 결심이 섰습니다. 병원을 나와 곧장 은행으로 향했습니다. 결혼 전 어머니께서 주신 금반지와 제가 아끼던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어머니께서 남겨주신 작은 아파트의 등기권리증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았습니다.

    "미라 씨, 그러시면 안 됩니다. 회장님이 아시면..." 김 실장이 만류했습니다.

    "시아버님의 생명이 우선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예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수술 동의서에 서명했을 때, 의사는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아드님은 어디 계신가요?"

    "중요한 건, 제가 여기 있다는 거예요. 시아버님을 살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수술실 앞에서 기도하는 동안, 머릿속으로는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면, 기꺼이 하겠습니다. 돈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분을 모시고 싶어요.'

    7: 놀라운 진실과 새로운 시작

    수술은 9시간이나 걸렸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저는 병원 대기실에서 한시도 눈을 붙이지 못했어요. 마침내 주치의가 나왔을 때, 그의 표정은 놀랍게도 밝았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릅니다. 앞으로의 치료가 중요합니다."

    그 말에 제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회복실로 옮겨진 시아버지 곁을 지키며 밤을 새웠어요. 새벽녘, 그가 마침내 눈을 떴습니다.

    "미라야..." 그의 목소리는 가냘프게 떨렸습니다.

    "시아버님, 말씀하지 마세요. 힘드실 거예요."

    "아니다... 할 말이 있다." 그는 힘겹게 손을 들어 제 손을 잡았습니다. "내가 왜... 그런 시험을 했는지 궁금하지?"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는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 6개월밖에 시간이 없다고 했어... 그래서 내 재산을 물려줄 사람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거야."

    시아버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계속 말했습니다.

    "준호는... 어릴 때부터 물질만 쫓았어. 내 잘못이기도 하지. 사업에 빠져 제대로 된 사랑을 주지 못했으니까."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하지만 너는 달랐어. 노숙자를 대하는 네 모습에서 진정한 인간미를 봤단다."

    3개월 후, 시아버지는 기적적으로 회복되어 퇴원했습니다. 준호는 그동안 몇 번 병문안을 왔지만, 형식적일 뿐이었죠. 그는 여전히 자신의 생활 방식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시아버지는 저와 준호를 서재로 불렀습니다.

    "내 유언장을 수정했다." 그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명성그룹의 지분 60%와 개인 재산 대부분을 미라에게 상속하기로 했다."

    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아버지, 그게 무슨..."

    "네 아내가 나를 살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돈보다 사람을 보는 눈을 가졌어."

    시아버지는 저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미라야, 너에게 부탁이 있다. 내 이름으로 재단을 설립해서 노숙자들을 돕는 일을 해주겠니?"

    1년 후, '이대성 자선재단'이 설립되었습니다. 저는 이사장으로서 노숙자 지원과 의료 서비스 제공에 힘썼죠. 기적적으로 시아버지의 암은 완화되어 2년 더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시아버지가 평화롭게 눈을 감기 전날 밤, 그는 제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미라야, 고맙다. 덕배 노인을 집에 들인 그날, 네가 내 진짜 가족이 되어주었어."

    오늘도 저는 재단에서 일하며 시아버지의 유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준호와는 결국 이혼했지만, 그도 차츰 변하고 있습니다. 재단 일에 간헐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거든요.

    가끔 정원의 장미를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시아버지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가시 많은 장미가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처럼, 인생의 시련도 결국 우리를 더 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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