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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과 거북선의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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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 한산도 해전에 참여했던 한 평범한 수군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거북선과 해전의 비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순신 장군과 함께 싸웠던 무명의 수군들이 직접 겪은 긴박했던 순간들과, 그들이 들려주는 거북선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임진왜란의 새로운 면모를 조명합니다.
1. 한산도 앞바다, 새벽 안개 속에서 거북선이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
천오백구십이년 칠월 팔일, 한산도 앞바다는 깊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짙은 안개가 바다를 뒤덮어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귀를 기울이면 물결이 뱃전을 때리는 소리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새벽이 가까워 올 무렵, 안개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희미한 윤곽만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점차 그 모습이 선명해질수록,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이 단순한 배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검은 물결을 가르며 나타난 것은 바로 거북선이었습니다. 용의 머리를 닮은 선수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고, 갑판 위에 박혀있는 쇠못들은 희미한 새벽빛에 차갑게 빛났습니다. 마치 커다란 거북이가 물 위를 걸어가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던 왜선들은 아직 고요했습니다. 그들은 이 순간이 자신들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안개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조선 수군의 배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거북선을 선봉으로 한 조선 함대는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조용히 적진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저는 그날, 거북선 안에서 노를 젓고 있었습니다. 쉼 없이 울리는 북소리에 맞춰 노를 저을 때마다 온 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두려움보다는 이상한 평온함이 몸을 감쌌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필사의 각오였는지도 모릅니다.
장군께서는 새벽녘의 안개를 이용해 적을 기습하자는 작전을 세우셨습니다. 우리는 그저 그 뜻을 따를 뿐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있었습니다. 노를 젓는 소리, 거친 숨소리,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화포 점검 소리만이 거북선 안을 채웠습니다.
이제 곧 해가 뜰 것입니다. 안개는 점점 걷히기 시작했고, 적선의 모습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습니다. 거북선의 용머리 속에서는 연기가 더욱 짙어졌고, 화포를 발사할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신호가 전해졌습니다. 우리는 이순신 장군의 출전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순간, 저는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맞이하게 될 전투가 단순한 해전이 아닌, 조선의 운명이 걸린 싸움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아침 해가 떠오르며 안개가 걷히자, 드디어 거북선의 진정한 위용이 드러났습니다. 적진을 향해 달려가는 거북선의 모습은, 마치 바다를 지배하는 절대자와도 같았습니다.
2. 평범한 어부였던 주인공이 수군에 입대하는 장면
바닷가 마을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저는 늘 그랬듯이 새벽녘에 바다로 나가 그물을 걷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작은 배 한 척이 전부였지만, 그것으로도 가족들의 끼니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관군들이 마을에 들어서더니 장정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왜구가 부산포에 상륙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우리 마을 사람들은 왜구의 침입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젊은 장정들은 모두 수군으로 차출되었고, 저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아내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지만, 등 뒤로 숨긴 그녀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수영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어부, 장사꾼, 농부...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불려 나온 이들이었습니다. 우리는 곧바로 훈련에 투입되었습니다. 노 젓는 법부터 총포 다루는 법까지, 전혀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조선 수군의 일원이 된다는 것이 점차 자부심으로 바뀌어갔습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운 지휘 아래, 우리는 하나둘 진정한 수군으로 거듭나기 시작했습니다.
훈련이 한창이던 어느 날, 장군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바다를 지키는 것은 곧 나라를 지키는 것이며, 나라를 지키는 것은 곧 우리의 가족을 지키는 것이다." 그 말씀은 저의 가슴 깊이 새겨졌습니다. 더 이상 저는 그저 마을의 평범한 어부가 아닌,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수군이었습니다.
3. 처음 거북선을 목격한 수군들의 놀라움과 두려움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우리는 모두 포구로 집합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바다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그 모습은 우리가 알던 그 어떤 전선과도 달랐습니다.
안개가 걷히며 그 정체가 드러났을 때, 우리 모두는 숨을 죽였습니다. 용의 머리를 한 거대한 배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갑판 위로는 날카로운 쇠못들이 빼곡히 박혀있었고, 그 위로 초록빛 이끼가 옅게 덮여 있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거북이가 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누군가는 "저게 우리가 타야 할 배란 말입니까?"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고, 또 다른 이는 "저 안에서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것 같구나"라며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내 우리의 두려움은 경이로움으로 바뀌었습니다. 거북선 내부로 들어가보니 예상과는 달리 넓고 견고했으며, 수십 문의 화포가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용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마치 용이 숨을 내뱉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장군께서는 이 배야말로 왜적을 물리칠 우리의 비밀 무기라 하셨습니다. 거북선은 앞으로 나아갈 때는 적을 향해 돌진하는 창이 되고, 후퇴할 때는 우리를 지키는 방패가 될 것이라 하셨습니다.
처음의 두려움은 어느새 자부심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 거대한 철갑선을 다루게 될 우리는 더 이상 평범한 수군이 아닌, 조선 수군의 정예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거북선과 하나가 되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훈련했습니다.
바다를 지배할 새로운 힘을 얻은 것입니다.
4. 이순신 장군이 수군들에게 거북선 운용법을 가르치는 장면
새벽부터 시작된 훈련이 한창이었습니다. 이순신 장군께서는 거북선 갑판 위에 서계셨고, 우리는 그 아래에서 긴장된 마음으로 장군의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거북선은 그저 철갑으로 둘러싸인 배가 아니다. 이 배는 우리의 지혜요, 우리의 의지요, 우리의 혼이다." 장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우리의 가슴 깊이 울렸습니다.
장군께서는 먼저 거북선의 구조를 하나하나 설명하셨습니다. 용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의 비밀, 화포의 배치와 발사 순서, 노를 젓는 방법까지. 특히 적선과 부딪힐 때 가장 효과적인 각도를 가르치실 때는, 마치 춤을 추듯 손짓발짓을 섞어가며 설명하셨습니다.
"화포를 쏘는 것은 마지막이다. 먼저 적의 마음을 꺾어야 한다." 장군께서는 거북선의 위용만으로도 적을 위협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거북선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면, 그 모습만으로도 적들이 당황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장군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말씀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너희들은 더 이상 평범한 어부가 아니다. 너희들은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파도가 될 것이다."
그날 훈련이 끝날 무렵, 장군께서는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일은 처음으로 거북선을 직접 운용해볼 것이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 또한 너희와 함께 할 것이다." 그 말씀에 우리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장군께서는 우리를 이끄는 지휘관일 뿐만 아니라, 함께 고난을 헤쳐나갈 전우가 되어주신 것입니다.
5. 첫 해전에서 거북선의 위력을 경험하는 순간
사천 앞바다였습니다. 아침 해가 떠오르자 멀리 왜선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스물다섯 척. 우리는 거북선 안에서 숨을 죽인 채 장군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진격하라!"
장군의 명령과 함께 거북선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십 개의 노가 일제히 물을 가르며 전진했습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리고 점점 더 빠르게. 거북선이 속도를 내자 바닷물이 용의 머리를 때리며 하얀 포말을 일으켰습니다.
적선이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거세게 뛰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토록 훈련했던 것을 실전에서 펼칠 때였습니다. 왜선들이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지만, 거북선의 철갑 지붕을 뚫지는 못했습니다. 그들의 화살은 마치 빗방울처럼 철갑을 때리다 바다로 떨어질 뿐이었습니다.
"포문을 열어라!"
갑판 양쪽의 포문이 열리고 화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적선과의 거리가 오십 보 정도였을 때, 장군의 외침이 들렸습니다.
"발사!"
천둥과 같은 소리와 함께 화포가 불을 뿜었습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이로 적선의 선체가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우리는 잠시 멍한 상태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거북선의 진정한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거북선은 멈추지 않고 적진 한가운데로 돌진했습니다. 뱃머리의 쇠뇌가 적선의 옆구리를 강타하고, 돌격용 철판들이 적선의 방어막을 무참히 부숴나갔습니다. 바다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습니다.
그날의 전투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적선 스물다섯 척 중 열여덟 척을 격파했습니다. 나머지는 도망쳤지만, 이제 그들은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조선 수군의 거북선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6. 수군들이 밤새 거북선을 수리하고 정비하는 모습
사천 해전이 끝난 그날 밤, 우리는 잠들 수 없었습니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거북선은 전투 중 입은 상처를 치료해야 했습니다. 달빛이 비치는 포구에서 우리의 긴 밤은 시작되었습니다.
"이 정도 상처로는 우리의 거북선이 쓰러지지 않는다!"
갑판을 수리하던 박 일병의 외침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전투 중에는 서로 말 한마디 나누지 못했지만, 이렇게 함께 거북선을 수리하는 동안에는 마음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철갑 지붕에 박힌 화살들을 뽑아내고, 적선과 부딪히며 생긴 긁힘을 매만지고, 화포의 그을음을 닦아내는 일. 모든 것이 힘든 작업이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로 더 어려운 일을 맡겠다며 나섰습니다.
"여기 화포 연통이 휘었는데, 누가 좀 도와줄 수 있나?"
"제가 대장장이 일을 좀 했으니, 제가 해보겠습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오히려 활기가 넘쳤습니다. 누군가는 고향 이야기를 하고, 또 누군가는 처음 바다에 나갔던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들 속에는 우리 모두의 삶이 담겨 있었습니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마지막 점검이 끝났습니다. 거북선은 마치 새것처럼 반짝였고, 우리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전우가 되어 있었습니다. 함께 싸우고,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웃으며 보낸 이 밤이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좀 쉬어들 가게. 내일도 우리를 기다리는 바다가 있으니까."
장군의 말씀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 거북선이 우리의 운명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모든 것이 이 배에 달려있다는 것을.
7. 왜군의 기습에 맞서 거북선으로 반격하는 치열한 전투
칠천량 앞바다의 새벽을 가르는 비명이 들렸습니다. 적의 기습이었습니다. 짙은 안개를 틈타 왜선 수십 척이 우리 진영으로 쏜살같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전군 비상! 거북선 즉시 출격하라!"
다급한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우리는 잠든 몸을 일으켜 곧바로 전투 태세에 돌입했습니다. 평소 훈련했던 대로였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적이 너무 가까이 있었습니다.
거북선에 올라탄 순간, 적의 화살이 빗줄기처럼 쏟아졌습니다. 철갑 지붕을 때리는 화살 소리가 마치 천둥처럼 울렸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미 승산이 있었습니다. 거북선은 이런 상황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전방 삼십 도 방향, 적선 집중 발견! 일제 사격 준비!"
화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습니다. 연이은 포격에 적선 둘이 침몰했지만, 나머지 배들이 우리를 에워싸기 시작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그때 예상치 못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회전 공격 개시하라!"
거북선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를 에워싼 적선들이 오히려 우리 화포의 과녁이 된 것입니다. 사방에서 들리는 폭발음과 함께 적선들이 하나둘 불타올랐습니다.
"돌격하라! 적진을 가르자!"
장군의 명령에 따라 거북선은 불타는 적선들 사이로 돌진했습니다. 용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연기가 안개와 뒤섞여 마치 용이 구름 속을 헤엄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의 전투는 우리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기습을 시도했던 적선 스물세 척 중 열여섯 척을 수장시켰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더 큰 전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8. 전투 중 부상당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순간
당시 우리 거북선은 왜선 셋을 추격하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왼쪽 멀리서 한 척의 판옥선이 왜선들에게 포위당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배에는 제가 고향 친구인 정 일병이 타고 있었습니다.
"장군님! 저기 우리 판옥선이 위험합니다!"
잠시 고민하시던 장군께서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방향을 돌려라. 우리 수군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
거북선이 빠르게 방향을 틀었습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습니다. 판옥선은 이미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우리 수군들이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정 일병이 물 속에서 필사적으로 헤엄치다가 적의 화살에 어깨를 맞았습니다. 더 이상 헤엄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망설임 없이 철갑 지붕 위로 올라갔습니다.
"김 병사! 돌아와! 위험하다!"
선임하사의 외침이 들렸지만, 이미 제 마음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거북선이 정 일병 가까이 다가가자, 저는 그대로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차가운 물살을 가르며 정 일병에게 다가갔습니다. 주위로 화살이 빗발치듯 떨어졌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정 일병, 내 손을 잡아!"
"안 됩니다... 저는... 이미..."
"시끄럽다! 잡으라고!"
정 일병을 끌어안고 거북선 쪽으로 헤엄치는 동안, 우리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거북선의 철갑 지붕이 막아주었습니다. 마침내 동료들이 던진 밧줄을 잡고 우리는 거북선으로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김 병사, 자네는 용감하지만 무모했어. 하지만... 잘 했네."
장군의 말씀에 고개를 숙였지만, 가슴 속에서는 뜨거운 것이 올라왔습니다. 우리는 전우였고, 그것은 피보다 진한 것이었습니다.
9. 한산도 대첩의 긴박했던 순간들
한산도 앞바다가 피비린내로 가득했습니다. 왜선 73척이 우리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습니다. 이순신 장군께서는 그 모습을 보시며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학익진 진법을 펼쳐라."
우리 수군은 거북선을 선봉으로, 좌우로 판옥선들이 학의 날개처럼 퍼져나갔습니다. 적들은 우리의 중앙이 허술해 보인다며 그대로 돌진해 왔습니다. 장군이 기다리던 순간이었습니다.
"거북선, 전진하라!"
거북선이 적진 한가운데를 향해 돌진했습니다. 동시에 양 날개에 있던 판옥선들이 적을 에워싸기 시작했습니다. 적선들은 갑자기 자신들이 포위당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전 포문 개방! 일제 사격 개시!"
거북선의 모든 화포가 불을 뿜었습니다. 쾅! 쾅! 쾅! 굉음과 함께 적선들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적선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우리의 포위망에 갇혀 있었습니다.
"물러설 곳은 없다! 진격하라!"
거북선은 적선들 사이를 마치 물속의 방울뱀처럼 누비고 다녔습니다. 용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마치 용의 숨결처럼 적들을 덮쳤고, 철갑 지붕의 쇠못은 부딪히는 적선마다 깊은 상처를 냈습니다.
전투는 생각보다 빨리 끝이 났습니다. 왜선 73척 중 47척이 수장되었고, 나머지는 도망쳤습니다. 우리의 피해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거북선과 학익진의 위력이었습니다.
"오늘의 승리는 조선 수군 전체의 승리다."
장군의 말씀에 우리 모두는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이제 우리는 알았습니다. 이 승리가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는 것을.
10. 전쟁 중 가족을 그리워하는 수군들의 이야기
한산도 대첩 이후의 밤이었습니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거북선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달빛이 철갑 지붕 사이로 스며들어 왔습니다.
"아이가...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을 텐데..."
문득 이 일병이 중얼거렸습니다. 그는 출전 직전에 첫 아이가 태어났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첫 걸음도 보지 못한 채 전장에 나와야 했습니다.
"우리 어머님은 아직도 매일 바다를 보시며 제 걱정을 하신다고 하네요."
박 일병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가족을 두고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남편이었고, 누군가의 아버지였습니다.
저는 주머니에서 아내가 준 베 조각을 꺼내 보았습니다. 떠나기 전 날, 아내는 이 천을 제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이건 우리 아이 배냇저고리를 만들고 남은 거예요. 꼭... 살아서 돌아와주세요."
그날 밤, 거북선 안에서는 편지 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가는 아내에게, 누군가는 어머니에게, 또 누군가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날이 밝으면 이 편지들을 육지로 보내주마."
장군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아신 듯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분도 가족을 그리워하시는 건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이 전쟁이 끝나면... 우리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씀에 우리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우리는 조국을 지키는 수군이기 전에, 가족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그날 밤, 거북선은 우리의 그리움을 품은 채 조용히 바다 위에 떠 있었습니다.
11. 거북선 내부에서 수군들이 겪은 고난과 전우애
거북선 안에서의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좁은 공간에 수십 명의 수군이 함께 지내야 했고, 특히 더운 여름날에는 숨쉬기조차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우리는 진정한 전우애를 배웠습니다.
"물을 아껴 마시게. 앞으로 사흘은 더 버텨야 하네."
선임하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적의 눈을 피해 은밀히 이동하는 동안에는 물을 보충할 수도 없었습니다. 한 모금의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이봐, 김 일병. 자네 열이 심한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하사님. 조금만 쉬면..."
"이리 와보게. 내 약초 달인 물을 마시게."
서로를 걱정하고 돌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아프면 모두가 의원이 되었고, 누군가 힘들어하면 모두가 형제가 되었습니다.
"노를 젓다가 손바닥이 터진 자네에게는 내 장갑을 주지."
"하사님, 그러면 하사님은..."
"난 괜찮네. 자네보다는 이 손이 단단하니까."
철갑 지붕 아래에서는 계급도, 나이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거북선이라는 작은 세상에서 운명을 함께하는 동료였습니다.
"밤이 되면 별이 보고 싶어질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땐 철갑 틈으로 비치는 달빛을 보면서 위안을 삼습니다."
고된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거북선은 단순한 전함이 아닌, 우리의 작은 집이 되어 있었습니다.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싸우는 동안 우리는 진정한 가족이 되어 있었습니다.
12. 승리 후 귀향하는 수군의 감동적인 귀환
이순신 장군의 수군이 왜적을 물리친 지 삼 년이 지났습니다. 마침내 전쟁이 끝나고,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배에 올랐습니다. 거북선은 이제 포구에 정박해 있었고, 그 위용은 여전했지만 이제는 전쟁의 상처를 간직한 채 쉬고 있었습니다.
"저기 보이나? 저 산이 우리 마을 뒷산일세."
고향이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뛰었습니다. 전장에서 보낸 시간이 꿈만 같았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그날의 어부도, 장사꾼도, 농부도 아니었습니다. 조선 수군으로서 나라를 지켜낸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포구에 도착하자 온 마을 사람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아내들은 남편을 찾아 두리번거렸고, 어머니들은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습니다. 아이들은 영웅이 된 아버지를 보려 발돋움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여보!"
"아들아!"
가족들과 재회하는 순간, 우리 모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참아왔던 그리움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습니다.
장군께서는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시다가 말씀하셨습니다.
"자네들은 이제 진정한 바다의 영웅들일세. 부디 평화로운 삶을 살기를..."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비록 전쟁은 끝났지만, 거북선과 함께 했던 그 날들은 영원히 우리 가슴속에 살아있을 것이라는 걸. 그리고 언제든 나라가 다시 우리를 필요로 할 때, 우리는 다시 바다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포구에 서서 뒤돌아보니 거북선이 보였습니다. 저 위용 있는 모습은 영원히 우리의 자랑이자, 조선의 힘이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항해를 시작합니다. 평화로운 바다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항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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