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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사자와 인연의 끈: 운명을 부르는 소리

    태그 (12)

    #조선설화, #저승사자, #운명이야기, #인연, #붉은끈, #죽음과삶, #민간신앙, #운명의소리, #전통판타지, #애절한사랑, #영혼의여정, #내세관

     

    디스크립션

    조선시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리 소리를 가진 악공 이수린에게 찾아온 저승사자 강림. 붉은 끈으로 묶인 인연을 거스르려는 이수린과, 정해진 운명을 따르게 하려는 강림 사이의 대결이 펼쳐진다. 피리 소리로 죽은 이의 혼을 부른다는 전설적인 능력을 지닌 이수린은 자신의 연인을 저승으로부터 되찾기 위해 금기를 깨고,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흐트러뜨린다.

    후킹멘트

    "당신의 운명은 정해져 있을까요, 아니면 바꿀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이를 저승에 빼앗긴 피리 명인이 자신의 음악으로 죽음에 도전하는 이야기. 저승사자가 손에 쥔 붉은 끈, 그것은 운명인가 속박인가? '소리'로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려는 한 남자의 애절한 도전. 당신이 만약 사랑하는 사람을 저승에서 되찾을 수 있다면, 어떤 대가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나요? 운명의 소리가 당신을 부릅니다."

    1: 운명의 피리

    한양 외곽, 달빛이 비추는 조용한 한옥. 정원에는 매화나무가 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수린은 처마 밑에 앉아 피리를 불고 있었다. 그의 피리 소리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밤공기를 감싸고 흘렀다.

    소희가 조용히 다가와 그의 곁에 앉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미소만은 달빛보다 밝았다.

    "오빠의 피리 소리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요."

    이수린은 연주를 멈추고 소희를 바라보았다.

    "소희야, 몸은 괜찮으냐? 오늘따라 얼굴이 더 창백해 보이는구나."

    소희는 가볍게 기침을 했다.

    "괜찮아요. 오빠의 피리 소리를 들으니 몸도 마음도 편안해져요."

    이수린은 소희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너무나 차가웠다.

    "내일 의원을 다시 불러오마. 요즘 네 병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구나."

    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에는 이수린이 알아차리지 못한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오빠, 혹시...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알아요?"

    이수린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불길한 소리를 하는 것이냐. 너는 곧 나을 것이다."

    "오빠의 피리 소리가 정말 저승까지 들린다면, 제가 먼저 가더라도 오빠의 연주를 계속 들을 수 있을까요?"

    이수린은 피리를 꽉 쥐었다.

    "소희야, 제발..."

    갑자기 소희가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손수건에 붉은 핏자국이 선명했다.

    "소희야!"

    이수린은 황급히 소희를 안았다. 그녀의 몸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었다.

    "오빠... 저... 조금 쉬고 싶어요..."

    소희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려지더니 마침내 멈췄다.

    "소희야! 소희야! 깨어나라!"

    이수린의 절규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때, 방 안에서 이상한 바람이 불었다. 문이 저절로 열리더니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인간 소희, 윤년 윤달 보름에 태어나 스물 셋을 살다 가는구나."

    낯선 사내의 손에는 붉은 색 끈이 들려 있었다. 이수린은 소희의 몸을 더욱 꽉 안았다.

    "당신은 누구요?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오시오!"

    사내는 감정 없는 눈으로 이수린을 바라보았다.

    "나는 저승사자 강림이다. 소희의 명이 다했기에 데리러 왔다."

    "안 돼요! 소희를 데려갈 수 없어요!"

    강림은 천천히 다가와 소희의 몸 위로 손을 뻗었다. 붉은 끈이 그의 손에서 펄럭였다.

    "모든 인간에게는 정해진 운명이 있다. 소희의 운명은 오늘 밤 끝나는 것이었다."

    이수린은 절망에 가득 찬 눈으로 강림을 바라보았다.

    "제발... 소희를 살려주세요.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강림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네 운명은 아직 다하지 않았다."

    이수린의 손에서 피리가 떨어졌다. 강림은 그 피리를 잠시 바라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그 피리... 평범한 피리가 아니구나."

    강림이 손을 뻗어 피리를 가리켰다.

    "저승과 이승을 이어주는 소리를 낼 수 있는 피리... 어디서 구했느냐?"

    이수린은 떨리는 손으로 피리를 집어들었다.

    "이건 선대 스승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무슨 상관이죠?"

    강림의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조심하거라. 그 피리는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것이니."

    강림은 소희의 몸 위로 붉은 끈을 늘어뜨렸다. 끈이 소희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안돼요!"

    이수린이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소희의 몸에서 옅은 빛이 새어 나왔다. 그것은 소희의 혼이었다.

    2: 금지된 소리

    소희의 장례식이 끝난 지 사흘째,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이수린은 초라한 차림으로 깊은 산속을 걸었다. 그의 손에는 피리가 꽉 쥐어져 있었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소문대로라면 이 근처에 살고 계신다는데..."

    이수린이 중얼거렸다. 비는 점점 더 거세게 내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산길을 올랐다. 마침내 작은 암자가 보였다. 그곳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이수린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누구냐?"

    나이 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저는 피리 악공 이수린이라고 합니다. 한성 제일의 피리 명인이라 불리웠습니다만... 지금은 그저 슬픔에 잠긴 한 남자일 뿐입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문이 열렸다. 백발의 노인이 이수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깊고 날카로웠다.

    "무엇을 원하느냐?"

    "귀곡성... 귀곡성을 배우러 왔습니다."

    노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귀곡성이라... 죽은 자의 혼을 부르는 금지된 곡이다. 누구를 위해 그런 위험한 것을 배우려 하느냐?"

    이수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제 약혼녀 소희를 위해서입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가 그녀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오거라."

    암자 안은 소박했다. 한쪽 벽에는 여러 종류의 피리들이 걸려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오래된 책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내 이름은 지우라고 한다. 한때는 나도 너처럼 이름 높은 악공이었지."

    이수린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스승님, 제발 귀곡성을 가르쳐주십시오."

    지우는 벽에 걸린 피리 하나를 가리켰다.

    "저것이 보이느냐? 저 피리는 용골피리라 하여, 용의 뼈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 피리로 귀곡성을 연주하면 저승의 문이 열릴 수도 있다고 한다."

    이수린의 눈이 빛났다.

    "정말입니까?"

    "그러나 그 대가는 크다. 귀곡성을 연주하는 자는 자신의 수명을 단축시키게 된다. 또한 저승사자의 분노를 살 수도 있지."

    이수린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어떤 대가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지우는 그를 오랫동안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자의 눈빛이구나... 내가 한때 가졌던 눈빛이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벽에서 용골피리를 내렸다.

    "이 피리는 내가 젊었을 때, 한 노승에게서 얻은 것이다. 그는 이 피리가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다리라고 했다."

    이수린은 경외심을 담아 피리를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내가 너에게 귀곡성을 가르치마. 그러나 먼저 경고하노니, 이 곡을 배우는 순간부터 너의 운명은 바뀌게 될 것이다. 저승의 법을 어기려는 자에게는 항상 대가가 따르느니라."

    3: 저승의 경고

    달이 높이 떠 있는 밤, 이수린은 암자 뒤 작은 폭포가 있는 곳에서 용골피리를 불고 있었다. 한 달 동안 지우에게 귀곡성을 배운 그는 이제 어느 정도 곡의 구조를 익혔다. 그러나 아직 완벽하게 연주하지는 못했다.

    "아직 멀었다. 귀곡성의 진정한 힘을 이끌어내려면 너의 모든 감정을 피리에 담아야 한다."

    지우가 그를 지켜보며 말했다. 이수린은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연습하겠습니다."

    그가 다시 피리를 입에 대려는 순간,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주변의 나뭇잎들이 소용돌이치며 올라갔고, 폭포의 물줄기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뭐지...?"

    이수린이 놀라 중얼거렸다. 그때 어둠 속에서 검은 형체가 나타났다. 저승사자 강림이었다.

    "인간 이수린, 금지된 소리를 배우고 있구나."

    강림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거웠다. 이수린은 놀랐지만 곧 분노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 소희를 데려간 저승사자!"

    지우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강림을 바라보았다.

    "저승사자가 이승에 나타나다니... 심상치 않은 일이군."

    강림은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붉은 끈이 들려 있었다.

    "이수린, 네가 하려는 일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짓이다. 귀곡성으로 죽은 자의 혼을 부른다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수린은 피리를 꽉 쥐었다.

    "무슨 대가든 치르겠소. 소희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면..."

    "어리석구나. 죽은 자는 다시 살아돌아올 수 없는 법. 그것이 이승과 저승의 섭리다."

    이수린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섭리라... 소희가 젊은 나이에 죽어야 하는 것도 섭리였소? 그녀가 그토록 고통받아야 했던 것도?"

    강림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모든 생명에는 정해진 때가 있다. 그것은 바꿀 수 없는 운명이다."

    "운명이라... 내가 운명을 거부한다면 어쩌시오?"

    강림은 이수린을 향해 붉은 끈을 들어 보였다.

    "이 끈은 모든 인간의 운명을 상징한다. 시작과 끝, 모두가 이미 정해져 있지. 네가 귀곡성을 완성하면 저승의 법을 어기는 것이니, 너 역시 이 끈에 묶여 저승으로 끌려갈 것이다."

    지우가 앞으로 나섰다.

    "모든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는 무의미한 것인가?"

    강림은 지우를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선택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선택이 가져올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이수린은 결연한 표정으로 용골피리를 들어올렸다.

    "그렇다면 저는 제 선택을 했습니다. 소희를 되찾겠습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강림의 눈에 위험한 빛이 스쳤다.

    "조심하라, 인간 이수린. 네가 저승의 법을 어기려 한다면, 나는 그저 지켜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가 붉은 끈을 휘두르자, 주변의 공기가 일그러지는 듯했다. 강림은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귀곡성을 완성하기 전에 그만두어라. 그것이 너와 소희 모두를 위한 길이다."

    강림의 모습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사라졌다. 밤의 정적이 다시 찾아왔다.

    지우는 긴 침묵 끝에 이수린에게 물었다.

    "여전히 계속할 생각인가?"

    이수린은 결단에 찬 눈빛으로 대답했다.

    "네. 이제 돌이킬 수 없습니다."

    4: 혼을 부르는 소리

    백일이 지났다. 이수린은 암자 앞 넓은 바위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수척해졌고, 손가락은 연습으로 인해 갈라지고 피가 맺혀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은 더욱 강렬해져 있었다.

    "오늘밤이 보름이다. 가장 적절한 때다."

    지우가 말했다. 그는 이수린에게 작은 항아리를 건넸다.

    "이것은 백년 묵은 산삼주다. 피리를 불기 전에 마시거라. 네 정신이 저승에 닿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 그동안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지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너를 가르친 것은 과거의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하거라. 귀곡성을 완전히 연주하면 저승의 문은 열리겠지만, 그 문은 양방향이다. 혼을 부를 수도 있지만, 네 혼이 저승으로 끌려갈 수도 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렸다. 보름달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이수린은 산삼주를 한 모금 마시고 용골피리를 들었다.

    "소희야, 내가 너를 부르겠다."

    그가 피리를 입에 대자 처음에는 부드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점차 곡조가 변하기 시작했다. 날카롭고, 슬프고, 때로는 분노에 찬 소리. 피리 소리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주변의 공기를 진동시켰다.

    지우는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소리가... 경계를 넘어가고 있다."

    이수린의 연주가 절정에 달했다. 그의 온 몸이 떨리고,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내렸다. 피리 소리는 점점 더 기이하고 초자연적인 울림을 만들어냈다.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달빛이 일그러지고, 바위 주변으로 안개가 피어올랐다. 안개 속에서 희미한 형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혼들이... 이승으로 끌려오고 있다!"

    지우가 놀라 소리쳤다. 무수한 영혼들이 안개처럼 이수린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나 이수린은 눈을 감은 채 계속해서 피리를 불었다.

    "소희야... 소희야..."

    그의 마음속 외침이 피리 소리에 실려 퍼져나갔다. 영혼들이 점점 더 많이 모여들었다. 어떤 영혼들은 슬픔에 잠긴 얼굴로, 어떤 영혼들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이수린을 바라보았다.

    "그만해! 이대로 가다간 모든 영혼이 이승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지우가 이수린의 어깨를 잡으려 했지만, 그를 둘러싼 기운이 너무 강해 접근할 수 없었다.

    갑자기 안개 속에서 한 형체가 다른 영혼들보다 더 선명하게 나타났다. 소희였다. 그녀는 생전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몸은 반투명했다.

    "소희야!"

    이수린이 피리에서 입을 떼고 외쳤다. 소희의 영혼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오빠... 제가 오빠 소리를 들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가볍고 아득했다.

    "소희야, 내가 너를 데리러 왔다. 우리 다시 함께 하자."

    이수린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의 손이 소희의 형체를 통과했다. 만질 수 없었다.

    "이것이 귀곡성의 한계다. 영혼을 볼 수는 있어도, 완전히 이승으로 데려올 수는 없다."

    지우가 슬픈 눈으로 말했다. 그때,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붉은 빛이 번쩍이며 저승사자 강림이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 무모한 인간! 네가 저승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5: 붉은 끈의 비밀

    강림의 분노가 마치 폭풍처럼 주변을 휩쓸었다. 그의 손에 들린 붉은 끈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네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나 하느냐?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이수린은 소희의 영혼 앞에 서서 그녀를 보호하듯 팔을 벌렸다.

    "소희를 다시 데려가지 못해! 이제 그녀는 나와 함께할 거야."

    강림은 차갑게 웃었다.

    "어리석구나. 네가 부른 것은 소희의 영혼일 뿐, 그녀의 육신은 이미 흙으로 돌아갔다. 영혼만으로는 이승에서 살 수 없다."

    소희의 영혼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저승사자 말이 맞아요. 제가 이곳에 있으면 안 돼요. 이승의 질서가 무너져요."

    이수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럼 내가 저승으로 가겠소. 소희와 함께."

    강림이 붉은 끈을 들어올렸다.

    "네 목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죄가 되어 소희와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될 것이다."

    지우가 앞으로 나섰다.

    "저승사자님, 질문이 있습니다. 왜 그토록 이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 하십니까? 단지 규칙 때문입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강림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그가 천천히 붉은 끈을 내려다보았다.

    "이 붉은 끈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이것은 인연의 끈이다."

    그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더 이상 차갑고 위협적이지 않고, 어딘가 슬픔이 묻어 있었다.

    "인연의 끈이라니... 무슨 뜻이죠?"

    이수린이 물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영혼은 수많은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다. 부모와 자식, 친구와 친구, 그리고... 연인과 연인."

    강림이 붉은 끈을 펼치자, 그 끈이 공중에 떠올라 이수린과 소희 사이를 연결했다. 끈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맥박치고 있었다.

    "너희 둘은 전생에서부터 이어진 깊은 인연이 있다. 그러나 그 인연이 너무 강하고 집착적이어서, 끊임없이 비극을 낳았다."

    강림의 말에 소희의 영혼이 흔들렸다.

    "전생이요? 저희가... 예전에도 만난 적이 있다는 건가요?"

    "너희는 이미 세 번의 생을 함께했다. 그리고 매번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위해 목숨을 버렸다. 그 인연이 너무 강해 영혼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수린의 눈앞에 갑자기 과거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자신과 소희가 다른 모습으로, 다른 시대에 살았던 기억을 희미하게 보았다. 조선 초기의 전쟁터에서, 고려 시대의 궁궐에서, 그리고 더 오래전 신라의 한 마을에서...

    "그렇기에 이번에는 너희의 인연을 끊고자 했다. 소희를 일찍 데려감으로써, 너희가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랐다."

    강림의 말에 이수린은 충격을 받았다.

    "당신이... 소희를 일부러 데려갔다는 말이오?"

    "그것이 내 역할이다. 단순히 영혼을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인연의 실타래를 정리하는 것이다."

    6: 운명의 거래

    침묵이 흐른 후, 이수린은 천천히 용골피리를 내렸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 이해가 뒤섞여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이별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강림은 고개를 저었다.

    "영원이란 없다. 모든 것은 변하고, 새로워진다. 너희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소희의 영혼이 이수린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형체는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었다.

    "오빠... 저는 오빠를 사랑해요. 하지만 저승사자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우리의 사랑이 집착이 되면... 결국 서로를 더 아프게 할 뿐이에요."

    이수린은 손을 뻗어 소희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그의 손은 그녀를 통과했다. 그는 끝내 그녀를 만질 수 없었다.

    "소희야, 내가 어떻게 너를 보내줄 수 있겠니? 너 없는 삶이 어떤 의미가 있겠어?"

    지우가 조용히 말했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이해라 했다. 진정 소희를 사랑한다면, 그녀의 영혼이 안식을 찾도록 보내줘야 할지도 모르네."

    이수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는 강림을 바라보았다.

    "만약... 만약 제가 소희를 보내는 것에 동의한다면, 그녀에게 좋은 내세가 보장될까요?"

    강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영혼은 평안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새로운 생으로 돌아올 때,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수린은 갑자기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 제안이 있습니다. 저승사자님."

    "말해보아라."

    "소희를 저승으로 보내겠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제 기억 속에서만이라도 그녀와 함께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제 남은 생이 얼마나 되든, 소희와의 추억만큼은 간직하고 싶습니다."

    강림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

    "그것이 전부냐?"

    이수린은 용골피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이 피리로 마지막 연주를 하게 해주십시오. 소희를 위한, 그리고 소희에게 바치는 마지막 곡을."

    강림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위험한 요청이다. 네가 다시 귀곡성을 연주한다면..."

    "귀곡성이 아닙니다. 그저... 소희와 제가 함께 들었던 곡을 연주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별의 곡으로요."

    소희의 영혼이 미소 지었다.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오빠..."

    강림은 한참을 침묵했다. 그리고 마침내 붉은 끈을 들어올렸다.

    "좋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네 연주는 소희의 영혼이 저승으로 돌아가는 길을 인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그 이후로는 다시는 이 용골피리를 불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한다."

    이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와 소희의 인연은 이번 생에서 완전히 끊어져야 한다. 다음 생에서 너희가 어떤 형태로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의 기억과 집착은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이수린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강림은 붉은 끈으로 이수린과 소희 사이의 공간에 특별한 문양을 그렸다. 그 문양이 빛나며 작은 통로가 열렸다.

    "자, 이제 마지막 연주를 시작하거라."

    7: 이승과 저승의 화해

    달빛이 가장 밝은 순간, 이수린은 용골피리를 들어올렸다. 그의 앞에는 소희의 영혼이, 그리고 그 뒤로는 강림이 조용히 서 있었다. 붉은 끈으로 만들어진 통로가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이 곡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연주했던 '월하정인곡'입니다."

    이수린이 말했다. 소희의 눈에 반짝임이 돌았다.

    "그날, 봄날의 연못가에서요. 오빠의 피리 소리에 이끌려 다가갔었죠."

    이수린은 미소를 지었다. 슬픔이 묻어있는 미소였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추억도 함께 담겨 있었다.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피리 소리가 밤공기를 감싸기 시작했다. 이전의 귀곡성과는 전혀 다른, 부드럽고 서정적인 멜로디였다. 그러나 그 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 녹아 있었다. 사랑, 그리움, 이별의 아픔,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긴 시간에 대한 결의.

    소희의 영혼이 천천히 통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수린을 향해 미소 지었다.

    "오빠, 저를 기억해주세요. 하지만 너무 오래 슬퍼하지는 마세요.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이수린은 연주를 멈추지 않으며 눈물을 흘렸다. 소희의 형체가 점점 더 투명해지더니, 마침내 빛의 입자가 되어 통로 속으로 사라졌다. 통로는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

    마지막 음이 울려 퍼지고,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이수린은 천천히 피리를 내렸다.

    "이제... 끝났군요."

    강림이 다가왔다. 그의 표정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아니,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강림의 손에서 붉은 끈이 빛났다. 그는 끈의 일부를 끊어내어 이수린에게 건넸다.

    "이것은 너와 소희의 인연의 일부다. 이것으로 너는 그녀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착이 아닌, 아름다운 추억으로."

    이수린은 조심스럽게 붉은 끈 조각을 받아들었다. 그것은 그의 손에서 따스하게 빛났다.

    "그리고 이것은..."

    강림이 용골피리를 가리켰다.

    "이제 내게 돌려주어야 할 때다."

    이수린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피리를 내밀었다. 약속은 약속이었다.

    강림이 피리를 받아들었다. 그 순간, 놀랍게도 피리가 빛나며 변했다. 그것은 더 이상 용골피리가 아니었다. 평범한, 그러나 아름다운 대나무 피리로 돌아와 있었다.

    "이것은 네게 돌려주마. 이제 이 피리에는 저승을 부르는 힘이 없다. 그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평범한 피리일 뿐이다."

    이수린은 놀란 표정으로 피리를 다시 받았다.

    "어째서..."

    "음악은 삶의 일부다. 네가 그것을 통해 슬픔을 이겨내고, 다른 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강림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기억하거라, 이수린. 인연은 끊어지지 않고 변화할 뿐이다. 이번 생에서 너희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지만, 언젠가 다른 형태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는 더 성숙한 사랑으로."

    강림의 형체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저승사자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당신도... 누군가와 인연이 있었습니까?"

    강림의 눈에 오래된 기억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존재는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마지막 말이 바람에 섞여 사라졌다.

    이수린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붉은 끈 조각과 피리가 있었다. 그리고 가슴속에는 소희와의 추억이 남아있었다.

    그는 천천히 피리를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새로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이별 후에도 계속되는 삶의 노래였다.

    유튜브 엔딩멘트

    "운명이란 때로는 보이지 않는 붉은 끈으로 이어져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끈을 쥔 저승사자가 있다면, 우리의 삶과 죽음은 과연 어디로 흘러갈까요?
    오늘 들려드린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겼길 바랍니다.
    저승과 이승, 그리고 운명을 넘나드는 이야기… 다음 편에서도 더욱 흥미로운 전설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을 잊지 마시고,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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