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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조선의 어느 작은 마을에 정직하고 선량한 청년 '강민'이 살고 있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었지만, 어느 날 억울한 사건에 휘말려 목숨을 잃고 말았다.
    저승으로 향한 강민은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염라대왕은 그를 탐욕스러운 악인으로 오해하여 지옥으로 떨어뜨리려 했다. 그러나 강민이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자 염라대왕은 실수를 깨닫고 그를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운명이 뒤엉켜, 강민은 다른 사람의 몸에 깃들게 된다.

    새롭게 시작된 강민의 삶은 낯설었지만, 그는 이승에서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를 찾아 복수하려 한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우연히 한 여인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염라대왕은 강민의 행동이 이승과 저승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그를 다시 데려가려 한다.

    운명을 뒤바꾼 강민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태그:

    #전설 #염라대왕 #운명 #생사 #오판 #조선시대 #환생 #저승 #사랑

    디스크립션:

    옛 조선시대, 한 청년이 억울한 죽음을 당해 저승으로 향한다. 그러나 염라대왕의 오판으로 인해 그의 운명이 뒤바뀌고,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기묘한 사건이 펼쳐진다. 청년은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저승에서 벌이는 고군분투 속에서 뜻밖의 사랑을 만나고,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 하지만 염라대왕은 이 모든 것을 보고만 있지 않는데…

     

     

    옛날, 조선의 어느 작은 마을에 정직하고 선량한 청년 '강민'이 살고 있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었지만, 어느 날 억울한 사건에 휘말려 목숨을 잃고 말았다.
    저승으로 향한 강민은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염라대왕은 그를 탐욕스러운 악인으로 오해하여 지옥으로 떨어뜨리려 했다. 그러나 강민이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자 염라대왕은 실수를 깨닫고 그를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운명이 뒤엉켜, 강민은 다른 사람의 몸에 깃들게 된다.

    1: 억울한 죽음

    노을이 지기 시작한 조선의 작은 마을은 고요했다. 장터에선 장사꾼들이 남은 물건을 거두기 바빴고,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뛰놀며 해질녘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평온함을 깨는 소리가 마을 저편에서 들려왔다.

    “거기다! 강민이 저쪽으로 갔다!”

    사람들의 고함 소리가 마을을 울렸다. 마을 입구에서 한 청년이 숨을 몰아쉬며 뛰고 있었다. 그의 옷자락은 찢어지고 진흙이 묻어 있었지만, 청년의 얼굴에는 절박함만이 남아있었다. 땀방울이 턱 끝으로 흘러내릴 때마다 청년은 뒤를 돌아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오해입니다! 제발 믿어주세요!”

    그는 강민이었다. 마을에서 성실하고 착한 청년으로 알려진 강민이었지만, 지금 마을 사람들의 눈에 비친 그는 살인자의 모습이었다.

    사건은 사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상단의 도련님이 갑자기 독살당했다. 마을은 충격에 휩싸였고, 사또는 곧바로 범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그런데 도련님이 죽기 전날 밤, 강민과 술잔을 기울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든 의심은 그에게로 향했다.

    강민은 억울했다. 도련님과는 어릴 적부터 친구처럼 지냈고, 그날 밤도 평소처럼 장터에서 우연히 마주쳐 잠시 담소를 나눴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쉽게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범인은 강민이 분명하다. 그 외에는 도련님과 가까웠던 사람이 없다!”

    누군가의 외침에 따라, 강민은 하루아침에 살인자로 몰렸다.

    “거기 멈춰라!”

    등 뒤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사또의 수하들이 그의 뒤를 쫓고 있었다. 강민은 마을의 좁은 골목길로 몸을 피했다. 낡은 담벼락에 기대어 숨을 죽이며, 그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이대로 나를 찾지 못하게 해주세요…’

    그러나 운명은 그를 비껴가지 않았다.

    “이놈, 거기 있었구나!”

    무리 중 하나가 강민을 발견했다. 금세 몰려드는 사람들. 그들은 돌을 들거나 막대기를 움켜쥐고 있었다. 강민은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사방이 막혀 있었다.

    “전 아니에요….”

    강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칼을 든 사또의 수하가 그를 향해 다가왔다. 강민은 뒷걸음질 쳤지만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었다. 등 뒤의 담장 너머로 붉은 노을이 마지막 빛을 드리웠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강민은 이를 악물었지만, 칼날이 눈앞에서 번뜩이는 순간, 기이한 바람이 마을을 휘감았다. 공기가 서늘하게 변하며 어디선가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멈추거라.”

    그 순간, 마을 한가운데에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그가 손에 쥔 검은 부채가 바람을 가르며 흔들렸다.

    “너는 오늘까지다.”

    사람들은 얼어붙었다. 저승사자였다. 저승사자는 강민을 바라보며 부채를 펼쳤다.

    “강민, 이리 오너라.”

    강민의 몸은 힘없이 무너졌다. 그 순간 그의 영혼이 육신을 떠나 저승사자의 손길에 닿았다. 마을 사람들은 강민의 육신에서 빠져나가는 생명을 바라보며 공포에 질렸다.

    ‘이게 끝인가….’

    강민의 영혼은 하늘을 떠다니며 저승으로 향했다. 저승길은 안개로 가득했다. 그리고 저 멀리 염라대왕이 기다리고 있었다.

    “염라대왕님, 억울합니다. 저는 결백합니다!”

    강민은 염라대왕 앞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염라대왕의 표정은 냉정하기만 했다.

    “강민, 너는 부잣집 도련님의 목숨을 앗아간 죄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

    “대왕님! 저는 그저 술자리를 함께했을 뿐입니다! 누명을 쓴 것입니다!”

    하지만 염라대왕은 두루마리를 펼치며 말했다.

    “문서에 기록된 바, 네 죄는 명확하다. 널 지옥으로 보내겠다.”

    그 순간 강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승에서도 자신의 억울함은 풀리지 않은 채였다.

    저승의 문이 열리며, 강민의 운명은 염라대왕의 손에 맡겨지게 되었다.

    2: 오판의 깨달음

    깊은 저승, 안개가 자욱한 심판의 전당. 거대한 기둥들이 염라대왕의 권위를 상징하듯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강민은 무릎을 꿇은 채로 떨리는 눈빛으로 염라대왕을 올려다보았다.

    “염라대왕님, 부디 다시 한 번 살펴주시옵소서. 저는 정말 결백합니다!”
    강민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그러나 염라대왕은 무심한 표정으로 손에 쥔 두루마리를 펼쳤다.

    “네가 마을의 부잣집 도련님과 독을 나누었다고 적혀 있다. 이미 저승의 기록에 새겨진 이상, 바꿀 수 없다.”
    염라대왕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강민은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지만, 억울함을 풀 방법이 없었다.

    “지옥으로 가거라.”
    염라대왕이 부채를 들어올리려는 순간, 저승의 문 옆에서 갑자기 다른 저승사자가 다급하게 뛰어들어왔다.

    “대왕님! 잠시만요!”

    저승사자는 숨을 몰아쉬며 염라대왕에게 다가가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염라대왕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슨 말이냐?”
    염라대왕이 두루마리를 다시 쳐다보았다. 사자의 보고에 따르면, 마을 도련님의 죽음은 독살이 아닌 질병에 의한 것이었다. 독살의 흔적이 발견된 것은 장례식에서 사용된 술잔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 술잔이 강민이 아닌 마을의 다른 이에게서 건네진 것이었다.

    염라대왕은 두루마리를 손으로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손가락을 튕겼다. 두루마리에 적힌 기록이 하얗게 지워지더니, 새로운 글자가 새겨졌다.

    [사망 원인: 독살이 아닌 폐병]
    [죄인: 마을 상단의 하인 박춘식]

    순간 염라대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판이었다.

    강민은 고개를 들었다.
    “대왕님….”
    염라대왕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강민, 너의 죄는 없었다. 이는 저승의 착오다.”

    강민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염라대왕의 표정은 여전히 엄중했다.
    “하지만 너의 몸은 이미 이승을 떠났다.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문제가 생긴다.”

    “문제라뇨?”
    강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염라대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의 육신은 이미 무덤에 묻혔다. 영혼을 돌려보내려면 다른 사람의 몸에 깃들게 해야 한다.”

    강민은 잠시 말을 잃었다. 남의 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선뜻 와닿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몸이라면… 누구입니까?”
    염라대왕이 두루마리를 펼쳐 새로운 이름을 찾았다.

    “현재 사경을 헤매는 자가 있다. 마을의 머슴, 최석진이다. 그의 몸이 곧 죽음에 이를 예정이니, 네 영혼을 그에게 깃들게 하겠다.”

    강민은 침을 삼켰다. 생전 그는 양반가의 자제였지만, 이제 머슴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어딘가 착잡했다. 하지만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나았다.

    염라대왕이 손을 흔들자 저승의 문이 다시 열렸다. 강민의 영혼은 서서히 이승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강민, 다시는 이승과 저승의 법을 넘보지 말거라. 네가 다시 잘못된 길로 간다면, 이번에는 오판 없이 지옥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강민은 염라대왕을 향해 깊이 절을 했다.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왕님.”

    강민의 영혼은 밝은 빛 속으로 사라졌다.


    이승의 어느 허름한 초가집. 병상에 누워 있던 머슴 최석진의 몸이 갑자기 격하게 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석진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강민의 영혼이 깃든 석진의 몸.
    그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긴… 어디지?”

    강민은 낯선 손을 내려다보았다. 거칠고 두터운 손바닥. 그제야 자신이 더 이상 예전의 양반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의 새로운 운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3: 뒤바뀐 운명

    새벽녘의 바람이 초가집의 얇은 문을 흔들었다. 강민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몸속에 퍼지는 묵직한 감각, 그리고 낯설지만 분명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방 안을 둘러보았다. 마루에 놓인 나무 바가지와, 벽에 걸린 낡은 짚신 한 켤레. 손에 닿은 것은 이전에 알던 부드러운 비단이 아니라 거칠게 짜인 베옷이었다.

    “이게… 내 몸인가….”

    강민은 천천히 손을 올려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광대뼈는 각지고 피부는 까칠했다. 분명 머슴 최석진의 몸이었다. 염라대왕의 말이 떠올랐다.

    – 사경을 헤매는 자, 머슴 최석진의 몸에 깃들게 하겠다 –

    강민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양반이었던 자신이 이제 머슴의 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이 서서히 피부로 와 닿았다.

    “그래도… 살아남은 것만으로 다행이야.”

    강민은 스스로를 다독였다. 어쩌면 이것이 저승에서 주어진 두 번째 기회일지도 몰랐다.

    그때,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석진이 정신이 드느냐?”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중년의 여인이었다. 석진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깊이 팬 눈밑과 수척한 얼굴로 아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강민은 순간 당황했지만,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예… 어머니.”

    자신이 석진이 아니라는 사실을 숨겨야 했다. 강민은 어색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자리에 눕는 척했다.

    “네가 며칠을 앓아누워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 죽는 줄 알았다.”

    여인은 눈시울을 붉히며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강민은 그 손길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 나았으니 걱정 마세요.”
    강민은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문을 나서며 여인은 한마디 덧붙였다.
    “도련님 일로 사또가 사람들을 찾는다더라. 너도 장터에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강민의 손이 멈칫했다.

    ‘도련님 일….’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여전히 자신을 억울하게 만든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마을에서는 여전히 자신을 범인으로 알고 있을 터였다.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도련님을 죽인 진범은 따로 있다. 난 그 자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강민은 마을로 나서기로 결심했다.


    장터는 활기를 띠고 있었다. 상인들은 채소와 곡물을 내어놓고 손님을 맞이했고, 사람들은 물건을 고르느라 분주했다. 강민은 천천히 장터를 걸었다.

    머슴 석진의 모습으로 거닐고 있으니, 누구도 그가 강민임을 알아보지 못했다.

    “도련님 일을 들어보았느냐? 강민이라는 자가 독살했다지?”

    옆에서 들려오는 상인들의 대화에 강민은 걸음을 멈추었다.

    “강민이라면 성실한 청년이었다던데, 믿기 어렵소.”

    “믿기 어렵건 말건, 사또께서 이미 죄인을 지목했으니 상관없는 일이지.”

    강민은 이를 악물었다. 여전히 누군가는 자신을 죄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장터 끝자락에서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박춘식.

    부잣집 도련님의 하인으로, 그날 밤 도련님과 술자리를 함께했던 자였다.

    ‘도련님을 죽인 자는 그 놈일지도 몰라….’

    강민은 조심스럽게 박춘식의 뒤를 밟았다.

    박춘식은 장터 뒤쪽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강민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잠시만.”

    박춘식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강민을 머슴 최석진으로 착각하고는 긴장을 풀었다.

    “뭡니까?”

    강민은 눈빛을 가늘게 떴다.
    “도련님이 돌아가시던 날, 넌 어디 있었지?”

    박춘식의 눈이 흔들렸다.

    “그야 도련님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지. 그게 무슨 상관이오?”

    “정말 너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나?”

    강민의 목소리에 날카로움이 묻어났다.

    박춘식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하지! 날 범인으로 몰 생각이라면 그만둬. 난 그런 짓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떨리는 손끝을 본 강민은 확신했다. 박춘식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강민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더 깊이 다가갈 결심을 했다.

    그의 운명은 이제 머슴의 몸으로, 진범을 쫓는 길 위에 놓여 있었다.

    4: 사랑과 복수

    어스름한 저녁, 장터 한편에서 강민은 눈에 불을 켜고 박춘식을 뒤쫓았다. 골목 어귀로 들어서며 박춘식은 계속 뒤를 돌아보았지만, 석진의 얼굴을 한 강민을 알아보지 못했다.

    ‘놈이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해.’

    박춘식은 기와집 뒷마당에 멈춰 섰다. 그는 두리번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나무 상자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강민의 눈에 번뜩이는 빛이 스쳤다.

    ‘독약…!’

    박춘식이 병의 뚜껑을 열어 안을 확인하는 순간, 강민은 서둘러 다가갔다.

    “거기 서라.”

    박춘식은 화들짝 놀라 병을 뒤로 숨겼다.
    “누구야!”

    강민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박춘식은 머슴 석진의 얼굴을 보고 안심한 듯 어깨를 쭉 늘어뜨렸다.

    “이게 어디서 나온 것이냐?”
    강민이 손짓으로 병을 가리키자 박춘식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숨기려 했다.

    “아, 이건… 그저 약초다.”
    하지만 손끝에 흐르는 식은땀이 그의 거짓말을 증명하고 있었다.

    강민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네가 도련님을 독살했다는 것, 맞지?”

    박춘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니야! 난 그럴 리가 없어!”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강민은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이제 그만 실토해라.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네 죄는 숨길 수 없다.”

    박춘식은 강민의 다그침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살려주시오… 그날, 사또의 명령을 받았습니다. 도련님을 없애라는 지시였어요. 그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강민은 주먹을 쥐었다. 사또가 이 모든 일의 배후였다니.

    “그 죄를 네가 홀로 뒤집어쓸 생각이냐?”
    강민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박춘식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제 목숨이 위험하오. 사또는 절대 놔두지 않을 겁니다.”

    그 순간, 누군가 발자국 소리를 내며 골목으로 다가왔다.

    “이게 무슨 소란이냐.”

    강민은 몸을 돌렸다. 달빛 아래 서 있는 이는 사또의 수하였다.

    “박춘식, 이 놈. 제 주인께서 널 찾으신다. 따라와라.”

    박춘식은 강민에게 불안한 눈길을 보내며 천천히 일어섰다.

    강민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네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저승에서도 편히 잠들지 못할 것이다.”

    박춘식은 고개를 숙이고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며칠 후, 강민은 장터 한복판에서 마을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도련님을 독살한 진범은 사또의 수하 박춘식이다! 그리고 사또가 그 배후에 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곧 사또가 나타났고, 강민을 노려보았다.

    “감히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게냐?”

    강민은 주머니에서 박춘식이 숨기던 독약 병을 꺼내들었다.
    “이것이 증거입니다. 사또께서 이 진실을 덮으려 하신다면, 저승에서 염라대왕께 직접 심판을 받으셔야 할 겁니다.”

    사또의 얼굴이 굳어졌다. 군중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사또가 도련님을 죽였다니….”
    “이런 일이….”

    그때, 장터 한편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민!”

    강민은 그 목소리를 듣고 시선을 돌렸다. 서연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강민에게 다가왔다.

    “네가 살아있다니….”

    강민은 서연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이제야 진실이 밝혀졌소.”

    두 사람은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강민은 조용히 속삭였다.
    “이 몸은 머슴 석진의 것이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강민이오.”

    서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소. 당신은 언제나 나의 강민이오.”

    그 순간,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저승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 네가 이승에서의 인연을 다시 잇는다면, 그 사랑은 운명을 뛰어넘을 것이다 –

    강민은 서연의 손을 꼭 잡으며, 앞으로의 삶을 다짐했다.

    그들의 사랑은 죽음도, 저승도 막지 못하는 운명이었다.

    5: 운명의 선택

    장터의 소란이 가라앉고, 사또는 검게 굳은 얼굴로 사람들 앞에 섰다. 군중의 시선은 그를 향해 날카롭게 꽂혔다. 사또는 자신을 변호하려 했지만, 박춘식의 실토와 독약이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사또 나으리, 도련님을 독살하신 게 사실이옵니까?”
    한 노인이 사또에게 물었다.

    사또는 피할 길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오해다! 모두 박춘식의 거짓말이야!”
    사또는 부인하며 박춘식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박춘식은 사또의 눈길을 외면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강민은 서연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섰다.

    “사또 나리, 진실을 덮을 수 없습니다. 이미 염라대왕께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계십니다.”

    강민의 말에 사또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그때, 갑자기 장터 중앙에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물러섰다. 안개 속에서 검은 도포를 입은 염라대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민, 이리 나와라.”

    강민은 천천히 염라대왕 앞으로 걸어 나갔다. 서연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의 손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강민은 조용히 그녀의 손을 쓸어 내렸다.

    “염라대왕님, 무슨 일이십니까?”
    강민이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염라대왕은 깊은 눈으로 강민을 바라보았다.

    “이승에서의 삶은 이미 너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너는 사랑과 복수를 위해 운명을 거스르며 이승에 남았다. 이제 그 값을 치러야 한다.”

    강민은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서연은….”

    강민의 말이 끝나기 전, 서연이 염라대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염라대왕님, 부디 강민을 데려가지 말아 주십시오. 이 사람은 저의 삶입니다. 그가 없다면 저 또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서연의 간절한 목소리가 장터에 울려 퍼졌다. 마을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염라대왕은 서연을 내려다보며 잠시 침묵했다.

    “너는 이승의 인간이다. 저승의 법을 거스르는 것을 알고 있느냐?”

    서연은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염라대왕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러더니 천천히 부채를 펼치며 말했다.

    “강민, 네가 이승에서의 삶을 간절히 원한다면, 네 운명을 다시 이승에 두겠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다.”

    강민은 고개를 들었다.
    “무엇이든 따르겠습니다.”

    염라대왕은 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서연이 네 삶의 절반을 대신 짊어질 것이다. 너의 삶은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그 고통을 함께 나누겠느냐?”

    서연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살아 있다면 무엇이든 감당하겠습니다.”

    염라대왕은 부채를 천천히 닫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 강민, 서연. 이승에서의 삶을 소중히 여기거라.”

    그 말과 함께 염라대왕의 모습은 서서히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강민은 서연을 꼭 끌어안았다. 그녀는 눈물 어린 미소로 강민을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는 함께입니다.”
    “그래. 영원히 함께하자.”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박수를 쳤다. 사또는 결국 관아에 끌려갔고, 박춘식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마을을 떠났다.

    강민과 서연은 마을에서 소박하게 살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누구보다 깊고 진실했다.

    저승에서의 오판으로 시작된 강민의 여정은,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그 사랑은 오래도록 마을의 전설로 남아, 달빛 아래 속삭이는 연인의 이야기가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오늘 전해드린 전설, ‘염라대왕의 오판: 뒤바뀐 운명’
    운명과 사랑이 뒤엉킨 한 남자의 기묘한 여정을 그린 이야기였습니다.
    죽음도, 저승의 법도 막을 수 없던 사랑…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인연도 이런 운명적인 힘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야기가 끝났지만, 전설은 계속됩니다.
    다음에도 더욱 흥미롭고 가슴을 울리는 전설을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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