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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혼 로맨스 - 60년 만에 재회한 첫사랑과의 애틋한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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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혼의로맨스, #첫사랑, #재회, #노년의사랑, #추억, #그리움, #이별, #운명, #용서, #회한, #인생역전, #감동실화

     

    디스크립션

    60년 전 전쟁으로 인해 갈라져야만 했던 순남과 종서. 이제 황혼의 나이에 그들에게 기적 같은 재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오해와 한이 발목을 잡는데... 과연 그들은 마지막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60년 만의 애틋한 재회, 그 감동의 순간을 만나보세요.

     

    01

    경치 좋기로 유명한 바닷가 마을, 포구리. 그곳에서 한 노부부가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여보, 우리가 이렇게 평화롭게 걷고 있다니 꿈만 같아요."

    할머니 순남이 남편 종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종서 역시 아내를 향해 따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게 말이에요. 이렇게 편안한 노년을 보낼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지요."

    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어렸다.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인해 젊은 시절 서로를 잃어야 했던 아픈 기억들 때문이었다.

    순남은 종서와의 첫사랑을 이뤘지만, 전쟁통에 남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과 결혼해야 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종서는 60년이 지난 후에야 한국에 돌아왔고, 가까스로 순남을 찾을 수 있었다.

    순남의 남편은 10년 전 세상을 떠났고, 종서는 미국에서 외로운 노년을 보내다가 고향 친구의 부고 소식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연히 장례식장에서 만난 두 사람. 서로를 한눈에 알아본 순간, 60년 전 꿈꿨던 사랑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여보, 당신을 그렇게 오랫동안 잊지 못했어요. 하루하루 당신 생각으로 살았다니까요."

    순남이 울먹이자 종서가 그런 아내를 꼭 껴안았다.

    "난 당신 잊은 적 없소. 내 기억 속엔 항상 당신뿐이었어요. 이젠 우리 옛 추억에 머물지 말고 새로운 추억 만들어 가면서 살아요."

    종서의 말에 순남은 그렇게 하자며 흐느껴 울었다. 전쟁의 상흔과 이별의 고통이 6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애틋한 그리움이 되어 돌아왔다.

    이제 두 사람에겐 이 늦은 나이에 기적처럼 찾아온 재회를 놓치지 않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기회가 생겼다. 과거의 한을 풀고 사랑으로 남은 여생을 채워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닷가의 노을처럼 아름다운 황혼, 불혹의 나이에 맞이한 두 번째 봄. 그들의 가슴 속에 피어오른 사랑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02

    순남과 종서는 60년 만에 재회한 감격을 나누며 산책을 이어갔다. 그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젊은 시절 추억이 깃든 장소들로 향했다.

    "저기 보이는 학교가 우리가 다녔던 고등학교였지. 그때 같은 반이었던 게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몰라."

    종서의 말에 순남이 공감하며 미소 지었다.

    "맞아요. 매일 아침 당신을 보러 학교에 가는 게 제일 큰 즐거움이었는걸요."

    두 사람은 학창시절 추억을 하나둘 꺼내기 시작했다. 운동장에서 함께 뛰놀던 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던 일, 봄소풍 때 처음 손을 잡았던 일까지.

    "난 지금도 당신이 소풍 때 꽃을 꺾어 내 머리에 꽂아주던 게 선명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순간이었지."

    순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종서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내겐 지금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한 순간이에요. 당신을 다시 만나게 해준 이 기적 같은 시간 말이오."

    두 사람의 사랑은 전쟁이라는 엄혹한 시련 앞에 막혀야 했다. 종서는 의용군에 지원해 전선에 나갔고, 순남은 피란길에 오르며 종서와의 연락이 끊겼다.

    전쟁이 끝나고 종서가 한국에 돌아왔지만 순남은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한 후였다. 아버지가 정해준 배우자였지만 순남은 자신의 몫을 받아들였다. 종서를 잊기 위해 애썼지만 그의 빈자리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당신을 잊은 적이 한 순간도 없었소. 하지만 내 욕심 때문에 당신 인생에 상처를 줄 순 없었소. 그래서 떠났던 거요."

    종서의 고백에 순남은 눈물을 쏟았다. 자신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한 종서의 마음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여보,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어요. 이 늦은 나이에 당신을 다시 찾은 건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과거는 잊고 함께 새 추억을 만들어 가요."

    순남의 말에 종서가 끄덕였다. 눈물로 뒤덮인 과거의 한을 놓아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제 그들 앞에는 서로의 손을 잡고 걸어갈 따스한 내일이 펼쳐져 있었다.

    저물어가는 인생에서 맞이한 꿈같은 재회. 60년의 시간은 사랑을 앗아가기엔 너무나 짧고, 추억을 잊기엔 너무나 길었다. 황혼의 로맨스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03

    종서와 순남은 자주 옛 추억이 담긴 장소들을 찾아 산책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순남이 살고 있는 아들 집에서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엄마, 미안한 말씀이지만 이러실 순 없어요. 두 분이 이렇게 만나는 걸 더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순남의 아들 태호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태호에게 종서와 순남의 만남은 아버지에 대한 배신으로 여겨졌다.

    순남은 당황했지만 이내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들아, 네 아버지도 하늘나라에서 내 행복을 빌어 주실 거다. 우리 이제 늦었지만 사랑하는 사이가 된 거란다. 이해해 주렴."

    "도대체 어머니는 무슨 생각인 거예요? 아버지는 이럴 줄 아시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시겠습니까!"

    태호는 차마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다는 듯 휙 일어섰다. 순남과 종서는 참담한 심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태호의 반대에도 순남과 종서는 만남을 이어갔다. 하지만 점점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수군거림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종서는 괴로운 심정으로 순남을 찾아갔다.

    "여보, 우리 이대로 계속해선 안 될 거 같아요. 당신 자식들과 이웃들의 반대가 너무 심하잖소. 내가 있음으로써 당신에게 상처를 줄 순 없어요."

    하지만 순남은 단호했다.

    "여보, 우리가 다시 만난 건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에요. 이 나이에 그 운명마저 포기할 순 없어요. 우리 함께 견뎌내요."

    종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의 편견과 반대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지만 주변의 반대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급기야 순남이 살고 있던 아들 집에서도 쫓겨나고 말았다.

    길가에 주저앉은 순남을 보며 종서의 가슴이 미어졌다. 그는 순남을 부둥켜안으며 말했다.

    "당신 옆에 제가 있잖아요. 우리 이제 둘만의 삶을 살아요. 세상 편견 따위 우리 사랑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에요."

    순남은 눈물 속에서도 희망을 보았다. 비록 자식들과 이웃들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그들에겐 서로가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황혼의 로맨스는 세상의 편견이라는 높은 벽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종서와 순남에겐 그 벽을 넘을 수 있는 사랑이 있었다. 이제 그들이 손을 잡고 세상에 맞설 차례였다.

    04

    순남과 종서는 마침내 결심했다. 두 사람은 이 마을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아들의 집에서 쫓겨난 순남은 며느리가 마련해 준 작은 방에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어머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태호는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 거예요."

    순남은 고마운 마음으로 며느리의 손을 잡았다.

    "고맙다 아가야. 너희 부부 사이에 내가 걸림돌이 되긴 싫구나."

    한편 종서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 마을에 정착할 생각이었지만 순남과의 사랑을 위해선 기꺼이 떠날 수 있었다.

    드디어 그들의 떠나는 날, 마을 사람들이 집 앞에 모여들었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싸늘한 시선이 종서와 순남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직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떠날 준비를 마쳤다.

    "순남 씨,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천국일 거예요."

    "여보, 고마워요. 우리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행복하게 살아요."

    버스 터미널로 향하는 길, 종서의 옛 친구 상철이 그들을 불러 세웠다.

    "친구여, 내 말 좀 들어보게. 이렇게 가버리면 자네도 순남 씨도 평생 상처로 남을 걸세."

    "알아, 하지만 우린 이 사랑을 포기할 순 없어. 60년을 기다린 우린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상철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종서를 바라보았지만 그의 결심은 확고했다.

    버스에 오른 순남과 종서. 창밖으로 고향 마을이 점점 멀어져 갔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지만 그들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제 그들에겐 서로가 고향이었다.

    "여보, 어디로 가는 거예요?"

    순남이 종서의 손을 꼭 잡으며 물었다.

    "글쎄,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아요. 이제 우리 둘만의 인생을 시작하는 거예요."

    두 사람은 따스한 미소를 교환했다. 비록 앞날이 막막하고 불확실할지라도 그들에겐 서로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그 사랑만으로도 황혼의 로맨스는 계속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버스는 새로운 출발점을 향해 힘차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종서와 순남에게 펼쳐질 제2의 인생. 그들은 마지막까지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05

    서울행 버스에 오른 순남과 종서. 그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상경하기로 결심했다. 고향에서의 냉담한 반응을 피해 새로운 곳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보기로 한 것이다.

    서울에 도착한 두 사람은 작은 원룸 하나를 구했다. 비록 좁고 낡은 곳이었지만 둘에겐 낙원과도 같았다.

    "당신과 둘이서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순남이 종서의 품에 안겨 속삭였다.

    "이젠 우리 집이에요.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의 사랑이 함께 머무는 곳이지요."
    종서도 미소를 머금고 순남을 꼭 껴안았다.

    두 사람은 서울에서의 첫 날부터 바쁘게 보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고 함께 장을 보러 다녔다. 시장 골목을 누비며 알뜰살뜰 장보는 모습이 마치 신혼부부 같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에 순남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 평생 살던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게 힘들었던 것이다.

    걱정이 된 종서는 순남을 부축해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의사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며 안심시켰다.

    "걱정 마세요. 환경의 변화로 인한 일시적 스트레스일 뿐이에요. 편안한 마음으로 쉬면서 새로운 삶에 적응하시면 금방 좋아질 거예요."

    병원에서 나오는 길, 순남이 종서에게 말했다.

    "여보, 미안해요. 내가 힘들어서 당신한테 짐이 되는 거 같아 마음이 편치 않네요."

    종서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당신은 절대 짐이 아니에요. 우리는 한 팀이잖아요. 힘들 때 서로 기대는 게 사랑하는 사이에요."

    그 말을 듣자 순남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종서는 순남을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히고 무릎을 꿇었다.

    "여보, 우리 결혼해요. 이 늦은 나이에 청첩장 돌리고 티켓 파는 건 자제하고, 그냥 깜짝 결혼식 올리는 거예요."

    순남은 놀라 종서를 바라보았다. 종서의 진지한 눈빛에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이제 한 지붕 아래서 살아요. 서로 아끼고 의지하며 남은 인생 함께 가는 거예요.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순남 씨."

    종서의 진심 어린 고백에 순남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우리 이제 정말 부부가 되는 거네요."

    60년을 넘게 기다려온 사랑, 그들은 이제 짧은 여정이 아닌 영원을 꿈꾸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사랑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이 되어주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청혼에 순남의 건강도 금세 회복되었다. 행복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묘약인 듯했다.

    황혼의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 늦깎이 신랑 신부가 된 순남과 종서에게 제2의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06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린 순남과 종서. 비록 자식들의 축복은 받지 못했지만, 두 사람에겐 서로가 전부였다. 이제 그들은 진정한 부부로써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맹세했다.

    결혼 후 일상의 작은 행복을 만끽하던 어느 날, 종서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여보, 우리 함께 일해보면 어떨까요? 당신 손맛으로 만든 김치랑 반찬을 파는 거예요."

    순남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젊은 시절 음식 솜씨로 유명했지만, 나이 들어 장사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종서는 순남을 응원했다.

    "당신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내가 당신 옆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게요."

    종서의 말에 용기를 얻은 순남은 집에서 김치와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종서의 도움으로 조금씩 요령을 터득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순남의 김치는 동네에서 소문이 났다. 그렇게 앞마당에서 시작한 작은 가게는 어느새 단골손님들로 북적였다.

    "어머니, 이 김치 정말 맛있어요. 우리 엄마도 이렇게 맛있는 김치를 담그셨으면 좋겠어요."

    젊은 주부들의 칭찬에 순남은 늘 흐뭇해했다. 자신의 솜씨가 누군가에게 기쁨이 된다는 건 큰 보람이었다.

    종서도 장사를 돕느라 바빴다. 그는 재료를 사러 다니고, 배달도 도맡아 했다. 연로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종서는 순남을 위해 쉬지 않고 일했다.

    어느 날 저녁, 늘 그랬듯 함께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종서가 순남의 손을 꼭 잡았다.

    "여보, 우리가 이렇게 함께 일하고 살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이게 바로 내가 꿈꾸던 삶이에요."

    순남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래요 여보. 당신과 함께여서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이 늦은 나이에 이런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니 행운이에요."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스러운 눈빛을 교환했다. 주름진 손을 꼭 맞잡은 채 천천히 귀갓길을 걸었다.

    그렇게 매일이 감사함으로 가득 찼다. 비록 인생의 황혼기였지만, 순남과 종서에겐 오히려 삶의 열정이 피어나고 있었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진정 중요한 건 서로를 향한 변치 않는 사랑이었다. 그 사랑으로 맺어진 두 사람의 인생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만 같았다.

    07

    황혼의 나이에도 열정을 잃지 않고 함께 일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던 순남과 종서. 어느덧 둘의 노력으로 작은 김치가게는 동네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손님이 가게를 찾아왔다. 순남의 아들 태호였다.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난 태호는 많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어머니... 여기서 장사를 하고 계셨군요. 저... 어머니랑 좀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

    순남은 복잡한 심경으로 아들을 마주했다. 종서도 적잖이 긴장한 표정이었다.

    "태호야, 어머니는 지금 너무 행복해. 종서 씨와 함께 작은 가게지만 보람차게 일하고 있단다."

    순남의 말에 태호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의 눈에선 복잡한 감정이 엿보였다.

    잠시 후, 태호가 고개를 들어 순남과 종서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두 분의 사랑을 축복해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이제야 깨달았어요. 어머니의 행복이 곧 저의 행복이라는 걸..."

    태호의 진심어린 사과에 순남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아들을 꼭 껴안았다.

    "고마워 아들아... 네가 이해해 줘서 어머니는 너무 기뻐. 이렇게 널 다시 품에 안을 수 있어 감사하다."

    종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태호에게 다가갔다.

    "태호야, 네 어머니를 내 삶의 반려자로 맞이한 건 평생 함께하고픈 진심이 있어서였다. 앞으로도 순남을 사랑으로 아끼고 살 것을 약속하마."

    세 사람은 한동안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오랜 시간 얼어붙었던 모자간의 앙금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 후로 순남과 종서의 작은 김치가게에는 따뜻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태호의 다정한 내조와 지지 덕분에 장사도 더욱 잘 되었다.

    "사모님, 이번에 담근 갓김치 한 포기만 더 주세요! 우리 집 식구들이 너무 좋아해요."

    단골손님의 칭찬에 순남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종서는 자랑스러운 듯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어느 따스한 봄날, 순남과 종서는 동네 벚꽃 축제에 다녀왔다. 흩날리는 벚꽃 잎이 두 사람의 백발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여보, 우리의 황혼 로맨스도 벚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난 것 같아요."

    순남의 말에 종서가 껄껄 웃었다.

    "당신과 함께여서 내 삶은 언제나 봄이에요. 이 늦은 나이에 당신을 다시 만난 건 하늘이 내린 가장 큰 선물이지요."

    종서는 순남의 손을 꼭 잡고 벚꽃길을 천천히 걸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진 알 수 없지만 이 사랑만큼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이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동네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또 하나의 전설이 되어갔다. 진실한 사랑 앞에선 나이도, 세월도 결코 장벽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 순남과 종서.

    그들의 로맨스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선사하며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08

    세월이 흘러 순남과 종서는 여든 살이 넘는 나이가 되었다. 비록 늙고 지쳐가는 육신이었지만 그들의 사랑만큼은 여전히 젊음 그 자체였다.

    어느 따스한 봄날, 순남과 종서는 함께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 사이로 노부부가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당신, 우리가 처음 만난 게 언제였지요?"

    순남이 종서에게 기대어 말했다.

    "음... 그때가 60년도 더 된 것 같구려. 햇살 좋은 봄날, 작은 교실에서 우리 눈이 마주쳤었죠. 그때 내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 아직도 기억나요."

    종서의 말에 순남이 싱긋 웃으며 끄덕였다.
    "나는 당신 미소에 첫눈에 반했었어요. 수줍게 웃던 그 미소가 지금도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네요."

    둘은 오래된 추억을 하나하나 꺼내며 감회에 젖었다. 전쟁과 이별, 그리고 기적 같은 재회까지. 그 모든 것이 순남과 종서를 더욱 굳건한 사랑으로 이어주고 있었다.

    "당신과 함께 한 나날들이 내 생의 가장 큰 행복이었어요."

    종서의 고백에 순남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여보, 저 하늘만큼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은 내 삶의 가장 큰 선물이에요."

    벤치에 나란히 앉아 애틋한 눈빛을 교환하는 노부부. 이들의 사랑은 시간을 초월해 더욱 깊어만 갔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조용히 꽃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이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하는 듯 벚꽃 잎들이 바람에 휘날렸다.

    순남과 종서의 얼굴에 벚꽃 잎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둘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아름답게 물든 듯했다.

    "우리 위해 하늘에서 꽃비를 내려주시나 봐요."

    순남의 말에 종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여보. 이 순간을 축복해주는 것 같아요. 황혼에 맺어진 우리 사랑을요."

    종서는 벤치에서 몸을 일으켜 순남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보, 우리 같이 저 꽃비 속을 걸어볼까요?"

    순남은 종서의 손을 맞잡고 활짝 웃었다.

    "그럼요 여보, 우리 영원히 이 길을 함께 걸어요."

    나이든 두 손은 꼭 맞잡았다. 비록 주름진 손이지만 그들의 사랑만큼은 늘 젊고 싱그러웠다.

    흩날리는 벚꽃 속을 천천히 걸어가는 순남과 종서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시간이 멈춘 듯 아름다운 봄날, 이들의 사랑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진정한 사랑 앞에 나이란 걸림돌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한 아름다운 황혼 로맨스. 순남과 종서의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잔잔한 감동으로 남을 것이다.

    진실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고 존중하며 이뤄낸 사랑.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야 할 귀감이 아닐까.

    이것으로 '황혼의 로맨스 - 60년 만에 재회한 첫사랑과의 애틋한 재회' 이야기를 마칩니다. 순남과 종서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도 오래도록 남기를 바랍니다.

    우리 인생의 황혼기에도 늘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또 그 발걸음이 행복으로 가득 차기를 기원합니다.

    청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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